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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 3. 파내듯 읽기와 베껴 쓰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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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관리자 | 조회 969 | 2015-09-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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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의 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 ③ 파내듯 읽기와 베껴 쓰기의
똑같이 따라 쓰다보면 생각의 눈이 열린다







2013년 05월 09일 (목) 10:55:58 기고 desk@jjan.kr










   
△글을 쓰는 이유와 방법

친구 따라 강남 가고, 갓 쓰고
장보러 간다 했던가. 고등학교 3년간 함께 마신 술로 우정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학생이
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학과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더란다. 저마다 소설이니 시니 드라마니를 쓰겠다고 눈빛을 반짝이는데, 정작
자신은 어릴 때 일기숙제 말고는 글이라는 걸 써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안도현
시인의 습작기를 회고한 글을 읽게 된다.

나는 백석의 새로운 시를 만날 때마다 노트에 한 편 두 편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묘한 흥분과 감격에 휩싸여 손끝은 떨리고 이마는 뜨거워졌다.

나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필사했다. 그런 필사의 시간이 없었다면
내게 백석은 그저 하고많은 시인 중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내게 왔을 때, 나는 그의 시를 필사하면서 그를 붙잡았다. 그건 짝사랑이었지만
행복했다. (안도현,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부분)

남의 글을 노트에 베껴 쓰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유명한 작가의 경험담이니 순전히 뻥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한 번 속는 셈 치기로 했다.

그는 우선 문학잡지에 발표된
단편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작품은 한두 편 있었다. 그걸 밤을
새워가며 손목이 아프도록 노트에 옮겨 쓰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그가 읽은 단편소설이 무려 오백 편에 이르렀다. 노트에 필사한
소설도 자그마치 백 편에 달했다. 직접 창작한 글이 아닌데도 그동안 자신이 베껴 쓴 노트는 쳐다보기만 해도 왠지 뿌듯해지는 것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쯤 되고 보니 소설을 읽는 눈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더란다. 좋은 소설과 그렇지 않은 것도 분별할 수 있는 안목도
갖게 되더란다. 아, 소설이란 게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구나, 하는 소설작법에도 눈이 차츰 뜨이더라는 것이었다.

△필사의 효능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다. 어째서 그런가. 글이란 본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문자언어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관건은 '생각과 느낌', '문자언어 사용능력', '표현욕구' 이 세 가지를 하나로
결합하는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다.

앞서 보았던 사례는 두 가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어쩌면 '그'가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고, 굳이 뭘 써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술만 퍼마시고 다녔던 것이다(아, 술도 누구와 어떻게 퍼마시느냐에 따라 글쓰기에 엄청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다음으로는 글쓰기 연습 단계에서 다른 작가가 쓴 작품을 베껴 쓰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던 안도현 시인의 경험담은 비단 시뿐 아니라 소설, 수필, 공문서, 보고서, 자기소개서 등의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물론 몇 편 베껴 써본다고 당장 글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방·
흉내·따라하기

화실에 가면 반드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아그리파, 줄리앙, 비너스, 아리아스 등의 이름을 가진 하얀 석고상들이다.
회화나 디자인 같은 미술 영역에 뛰어든 이들은 기초 단계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석고 데생을 부지런히 연습한다.

스페인 태생의
입체파 화가인 저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들을 떠올려 보라. 이게 무슨 유명 화가의 그림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어떤 작품은 초등학생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혹시 알고 있는가, 그의 데생 작품은 실물과 완벽에 가까울 만큼 흡사했다는
사실을….

노래에 자신이 없는 이들도 가수들이 부른 노래를 한 대목씩 나눠서 지속적으로 흉내를 내다보면 음정과 박자를 웬만큼 맞춰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다른 예술 영역처럼 글쓰기 또한 모방/따라하기에서 시작한다.

자, 이제 수필이나 동화를 쓰고자 간절히
열망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눈을 멀게 한 수필가나 동화작가가 있는가. 있다면 누구누구인가. 그간 진지하게 읽은
수필이나 동화는 몇 편인가. 바로 지금, 내용이나 줄거리를 훤히 꿰고 있는 작품은 과연 몇 편이나 되는가.

장차 시인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단어나 음절 하나까지 빠트리고 않고(시는 이런 것까지도 매우 중요하니까) 줄줄이 암송할 수
있는 시는 몇 편이나 되는가. 시를 한 이백 편쯤 암송하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을 혹시 한번쯤이라도 들어본 적
있는가.

만약 당신이 시를 쓰고 싶다면 그동안 좋은 시를 많이 쓴 시인부터 찾아 나서자. 동화를 쓰고 싶은 당신도 우리나라(물론
외국의 작가도 좋지만)의 좋은 동화작가들은 누구누구인지부터 알아보자. 물론 수필을 쓰고자 하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당신의 눈을
멀게까지 할 만한 시인이나 수필가나 동화작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마음에 쏙 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런대로 괜찮다' 싶은 작가들이어도
무방하다. 그들이 펴낸 작품집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하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는 주변의 잘 아는 시인, 동화작가,
수필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잠시 숨을 고르고 옛날 선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TV에서 봤던 장면이어도
좋으니 눈앞에 한번 그려보자. 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구장창 읽고 외우기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도 그들처럼 수집한 작품을 반복해서 읽도록 하자.

대충 읽어서는 안 된다. 몇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거기 적힌 문장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파내듯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어떤 작품은 이해는커녕 내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자.

자, 충분히 읽었으면 이제 밤을 새워가며 노트에 베껴 쓰기를 시작하자.
이따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베껴 쓰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베껴 쓰면서 그 작품을 쓴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자.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가면서 그 대목을 그런 식으로 쓴 까닭은 무엇인지 수시로 묻고 답을 찾아보자.

그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쓰고 싶어하는 글의 기본적인 개념이 펜을 쥔 손끝을 타고 가슴과 머리를 거쳐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가고, 또 어떤 식으로 결말지어야 더 큰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눈이 열릴 것이다.


베껴 쓰기를 지속적으로 하면 맞춤법에 맞는 단어를 골라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고, 문장을 어법에 맞게 쓸 수
있는 능력,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서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게 된다. 이건 물론, 밤새워 공을 들인 베껴
쓰기의 덤이다.

송준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가, 글쓰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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