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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의 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 5. 그 작고 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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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관리자 | 조회 1050 | 2015-09-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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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의 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⑤ 그 작고 초라하며 남루한
것들
소외되어 가려지고 숨겨진 것에 눈길 줘보자







2013년 05월 23일 (목) 09:00:56 김원용 kimwy@jjan.kr










   
△눈길과 마음길

나무를 베면

뿌리는 얼마나
캄캄할까

이상국, 〈어둠〉 전문

나무가 베어지기 전까지 뿌리는 줄기와 가지와 잎을 통해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모든 게 한꺼번에 잘려나가자 뿌리는 세상과 연결된 통로를 차단당한 채 캄캄한 어둠 속에 고립되고 만다. 이렇듯 작고
하찮은 나무뿌리에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시인은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시인은 아마 어느
산길을 걷다가 밑동이 잘려나간 나무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을 것이다.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던 시인의 눈길과 마음길이 땅속 깊이 박혀 있는
뿌리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이 시는 그러므로 잘려나간 나무의 뿌리처럼 작고 초라한 것에 관심을 가져서 얻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팔순 농부와 30년을 함께해 온
늙은 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연출자는 세상 누구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농부와 소의 일상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춰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영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글감을 구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에 눈길과 마음길을 주는 것이다. 앞서
보았던 〈어둠〉의 땅속에 박혀 있는 나무뿌리나, 〈워낭소리〉의 농부와 소처럼 작고 초라하며 남루하기까지 한 대상이나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안도현 시인의 눈길과 마음길은 작고 초라한 것들 중 골목길에 함부로 버려진 연탄재로
향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전문이다. 남들한테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풀어본 적이 없다면, 내가 가진 것을 남을 위해 흔쾌히 그야말로 아무 조건 없이 내준
적이 없다면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는 게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초라하고 남루한 연탄재를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시인의 눈길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를 쓸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연탄재'처럼 작고 하찮은
것들이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사실 그런 건 누구의 눈에든 보인다. 하지만 자신만의 눈으로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걸 글감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아무리 작고 초라하고 남루한
것일지라도 '함부로 발로 차지' 말아야 한다. 그것에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눈길과 마음길을 주어야 한다. 사실 이 '관심'은 우리의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각자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내는 다양한 성취의 모든 출발점이기도 하다. 어째서 그런가.

수많은 이성 중 한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연애도 시작된다. 앞선 〈너에게 묻는다〉도 사실은 함부로 버려진 연탄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지 않은가. 관심을 가져야
공부도 하고, 누군가에게 연애도 걸고, 돈도 벌고, 여행도 떠나고, 다이어트를 해서 몸매를 날씬하게 가꾸기도 하고, SNS로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고, 글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관심 자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이성 중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겼으면 그/그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본 다음 자신의 불타는 사랑을 어떤 식으로든 전달해야 연애도 시작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버려진 연탄재를 아무 생각없이 뚫어지게 쳐다만
본다고 〈너에게 묻는다〉와 같은 시가 저절로 써지는 것도 아닌 것이다.

△다가가서 들여다보기

좋은 글을 쓰려면 아무리
작고 초라하며 남루한 사물이나 현상이나 사건이라도 성실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 내 마음을 투영해서 대상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관계되는 책도 읽어보고, 그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도 들어보고,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해가 저물고 있는 한겨울 어느 항구를 떠올려보라. 멀리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은 풍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라. 어디 그렇기만 한가.
우선 항구 특유의 짠 내음과 바닷물에 뒤섞인 기름 냄새가 코에 끼쳐온다. 여기저기 함부로 버려진 어구(漁具)들은 눈살을 찌푸리게까지 한다. 오랜
세월 거친 바닷바람에 시달려 온 어부들의 뺨과 손등도 제 빛깔을 잃고 쩍쩍 갈라져 있지 않은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글감으로 한
편의 글을 쓰려면 멀리서 관조하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작고 하찮고 초라한 것일수록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그 실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글은 사랑하는 그이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멀리 보이는 항구를 한가롭게 관상하는 낭만적 세계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사실적 세계가 바로 글인 것이다.

자, 이제 그 작고 초라하며 남루한 것들 중 하나를 골라서 글을 쓰려고
한다. 글감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앞서 읽었던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신도 '연탄재'를 글감으로 한 편의
수필을 쓰기로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펜을 들거나 컴퓨터를 켜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버려진 연탄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걸 오래 바라보자. 멀찍이 떨어져서도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도 보자. 연탄재 하나를 따로 놓고도
보고, 무리지어 층층이 쌓아놓은 것도 눈여겨보도록 하자. 구멍의 개수도 세어보고, 그 기능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자. 손으로 직접
만져도 보고, 들어올렸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깨지는 모양도 보고, 〈너에게 묻는다〉를 떠올리며 그걸 함부로 발로 힘껏 걷어차서 한번쯤은 그
기분을 직접 느껴보자. 연탄 공장에도 가보고, 새 연탄에 불을 지펴도 보고, 아궁이 속의 연탄을 갈아보는 일도 해보자. 연탄불에 라면도 끓여서
먹어보고, 거기에 구운 오징어는 가스 불에 구운 것과 맛이 어떻게 다른지도 음미해 보자. 물론 달동네 어느 집에 연탄배달을 직접 해보는 것도
연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연탄재를 속으로 곱씹는 일을 반복해본다. 그러면 함부로 버려진 연탄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걸 쓰는 것이다.

글은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듯 글을 쓰려면 작고 초라하며 남루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쓰라린 실패, 이루지 못한 사랑에
눈길과 마음길을 던져야 한다. 주위의 춥고 배고픈 일상으로 눈길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것이 아니라 하찮은 것, 누구나 눈길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어 가려지고 숨겨진 것에 애정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려고 펜을 든
순간 내게 행복했던 기억, 기쁨과 환희의 시간, 가슴 벅차도록 자랑스러웠던 경험들은 접어두자. 내가 겪었던 아무리 화려하고 가슴 벅찼던 행복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의 경우도 그의 화려한 외면보다는 그가 겪어왔던 숱한 실패담에 사람들은
관심을 더 갖지 않던가.

실연의 아픔을 달래느라 눈발이 함부로 날아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에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는 젊은 남자의
속울음 같은 것이 바로 글임을 잊지 말자.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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